옛날옛날 한 옛날, 지리산 골짝마을에 바보농부가 살았답니다. 그 바보는 바보같이 멀쩡한 논을 갈아엎어 감나무를 심어놓고는 해마다 풀을 베느라 죽을 똥을 쌌더랍니다. 목매 고대하던 감나무는 잘 안자라면서 풀은 또 을매나 잘 자라는지 잠깐 사이에 바보농부의 키만큼 자라고, 또 환삼덩굴과 칡넝쿨이 감나무..
곶감 냉동창고가 고장이 잦아 이번에 무리를 해서 작은 냉동창고를 하나 더 짓게 되었는데 기초공사 하느라 용접기를 사용하던 설비 팀이 아다리 아다리 하며 킥킥대고 있다. 나는 첨에 바둑 두는 것도 아니고 용접하다가 이게 무슨 소리지? 싶어 아다리가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보안경을 쓰지 않고 용접하다 불꽃..
내가 지리산 골짝 운서마을에 귀농하게 된 건 마을앞으로 흐르는 엄천강 때문입니다. 뱀사골계곡, 한신계곡, 칠선계곡에서 쏟아져 내린 급류가 모여 말처럼 馬川을 달리다가 잠시 쉬어가는 休川 운서마을은, 도시에서 말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내가 한번 쉬어가고 싶었던 休川이었습니다. 옛날 옛적 강가에 엄천사라..
지리산 엄천골짝에 바람이 붑니다. 무슨 바람이냐고요? 산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누구누구는 천왕봉에 갔다 왔다 카드라. 가보니 엄청 좋다 카드라.’하는 말들이 무성하더니, 맨 날 지리산에만 올라갈게 아니라 이번에는 남들처럼 관광버스타고 멀리 다른 산에도 한번 가보자는 말들이 오갔습니다. 지리산에 올라..
여름이 가기 전에 지리산에 한 번 올라가자고 엄천골 사람들 사이에 의논들이 오가더니 마침내 맑은 날 택일하여 상봉으로 오르게 되었습니다. 일행은 백무동으로 이동하여 하동바위로 오릅니다. 한 30분 쯤 걸었을까요? 모두들 배가 고프다고 과일들을 깎아 먹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세동아지매(사실상 할매입니다)..
아래는 초딩5 아들이 쓴 등반 첫날인 2002년 8월29일 일기다. “드디어 지리산 등반을 출발했다. 백무동 야영장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발길이 참 가볍고 편안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돌멩이 길, 바위 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좁은 길옆에는 낭떠러지였다. 한 2시간 걸은 후, 한 다리 밑에서 쉬었다. 초콜..
십년도 지난 일이기에 이제는 웃으며 얘기 할 수 있는데, 사실 그 때 벌통을 매달았던 나뭇가지가 저절로 부러진 것은 아니었다. 고백을 하자면 내가 실수로 부러뜨린 것이다. 나는 그 때 옷을 너무 껴입고 있었다. 머리에 망을 두른 것은 물론이고 벌에 쏘일까봐 긴팔 옷에 비옷을 하나 더 껴입고 두터운 가죽장갑으..
귀농 첫봄을 보내며 우리 가족은 엄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지리산자락에 집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집을 다 짓기도 전에 뒷산에 벌통을 놓고 벌을 치기 시작했는데, 시작 하자마자 분봉 철이 되었다. 분봉 철이 되면 벌치기는 하루 종일 분가하는 벌떼를 미리 준비해둔 새집으로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눈 코 뜰 새 없이..
귀농하고 처음 해본 농사는 첫사랑처럼 오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시골 내려와서 집을 다 짓기도 전에 토종벌을 쳤는데 십여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생각이 난다. 특히 봄에 첫 분봉을 하고 하늘을 날아다녔던 일과, 가을날 벌 밭에서 파리채를 휘두르며 말벌과 싸우다 장렬하게 쓰러졌던 기억은 뇌 사진으로 저장되..
자식이 부모 속 썩이지 않고 반듯하게 자라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다 내 맘 같은가? 10년 이상 곶감농사를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지만, 매년 곶감농사는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부터는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그 다음 해가 되면 실제로 그만 두기는 커녕, 곶감 덕장을 ..
부처님 오신 날이라 재작년 사월 초파일에 쓴 일기를 올리고, 곶감농사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꽃향기 넘치는 나른한 오후, 어딜 다녀가시는지 오늘따라 등구할매 걸음걸이가 힘들어 보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밭에 왔다 갔다 하실 때 지게도 지고 때론 제법 큰 나무 등걸도 땔감 한다고 끌고 다..
시작은 비록 다섯 마지기지만 경력이 붙으면 농사는 얼마든지 늘어날 터였다. 벌 농사, 된장사업, 알밤농사 등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된 것이 없었기에 이번에는 덤비지 말고 신중하게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사실 나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귀농하고 3년간 벌이가 없었기에 나는 거들이 나 있었다. 나는..
“아부지~ 등 뒤에 곰이야! 곰!곰!” 늦둥이가 소리치니 늦둥이 아부지는 장난인 줄 알고 “까불지 말고 집에 들어가~”라고 야단쳤다 한다. 박털보에게 들켜 도망갔던 그 곰은 며칠 뒤, 벌통 주변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던 동지골 늦둥이 아부지 등 뒤에 나타났다. 늦둥이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 지 아부지한테..
(지난주에 이어짐, 이번 이야기는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음)한해는 우리 마을에 반달곰이 세 번이나 내려와서 소동을 부리는 바람에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반달곰의 첫 방문지는 가리점 외딴집 두루묵댁 할머니 집이었다. 그날은 할머니가 방안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마당에 개가 갑자기 미친 듯이..
시골에 와서 3달 만에 뚝딱 집을 짓고 이삿짐센터 컨테이너에 보관 중이던 살림을 옮기고 집들이를 했다. 차린 음식이라고 해봐야 국수와 막걸리가 다였지만 고맙게도 동네사람들 거의 다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축하해주었다. 그날 동네 사람들의 관심사는 국수를 먹느냐 삼겹살을 먹느냐가 아니고, 우리가족..
<지난 주 이어지는 이야기> 우리 집 바로 위에 묘를 파는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면 파던 무덤은 도로 묻고 마을 뒷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위치를 옮겼다. 결론이 좋게 났지만 그 결론이 쉽게 난 것은 아니다. 파내고 있는 밭이 비록 내 땅은 아니지만 내 앞마당 같은 곳이기에 무덤을 써서는 안 된다고 하니, 상..
나는 2002년 2월에 20여 가구가 사는 엄천 강변 운서마을에 귀농하고 새 집을 지었다.요즘 많은 귀농관련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좀 현명(?)하게 처신했더라면 도시에 살던 아파트는 세를 주고 시골에 빈집을 수리해서 한번 살아보다가, 살만하다 싶으면 땅도 사고 집도 짓고 했을 텐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좋으면 그..
십년 전 일이다. 마당에서 정원 일을 하고 있는데 칠순에 가까운 노부부가 차를 몰고 우리 집을 불쑥 방문했다. 산청 어느 마을로 귀촌하려고 집을 짓고 있다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내가 귀농했다는 걸아시고 지나는 길에 들리셨다고 한다. 그런데 집을 한번 둘러보시더니 대뜸 ‘젊어 보이는데 어디가 아파서 이런 ..